우아한 우주 A Small Illustrated Guide to the Universe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과학잡지 네이처의 평이다. 내가 여태 본 어떤 추천사보다 마음에 와 닿았다.
"과학적으로 탄탄하면서도 시적이다"
요즘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적이 있던가 하고 생각한다. AI 가 뽑아내는 질서 정연한 형식과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에 각종 SNS 에는 영혼을 담은 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어렵다.
카메라를 처음 본 원주민은 아마도 카메라의 셔터 소리에 놀랐을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 인화 후에 나타나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영혼이 분리되어 나온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렌즈에 담기는 것이 기록자에겐 기록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피사체간 된 주체는 어색하고 부끄럽고 두려웠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하는 시대에, 객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스스로를 보여줘야 진정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진짜를 알고 구분하는 능력이 있기나 한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도 없지만 그 과학 사실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글에는 영혼이 담긴다.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영국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여러 나라에 머물렀다. 대학에서 미술도 공부했다.<마음도 번역이 되나요>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독특하고 아름다운 책을 내고 있다.
옮긴이 심채경은 천문학자, 행성과학자다.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우주탐사학과에서 학부-석사-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선임연구원으로 일한다.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공저) 옮긴 책으로 <우주생물학>(공저)가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평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세상, 그리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우주를 탐색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낼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 닿은 편들은 다음과 같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은 사람중에 같은 맘이 든다면, 댓글로 알려 주시라.
가장 먼저,
"들어가는 말"
'경이감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온다'에서 난 이 책과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태양을 한 입"_EATING THE SUN
"열이란 무엇인가'_WHAT IS HEAT
"식물이 더 잘해'_PLANTS BEHAVE BETTER
"미토콘드리아 이브"_MITOCONDRIA EVE
"파랑이 있는 곳으로"_I'LL BE WHERE THE BLUE IS
"가설은 추측이 아니다"_THEORIES ARE NOT GUESSES
"박테리아에 가까운 당신"_YOU ARE MOSTLY BACTERIA
"마지막 기억만 기억한다"_YOUR ARE ONLY REMEMBERING THE LAST TIME YOU REMEMBERED
이외에도 51편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올 가을 과학적 사실들은 낭만을 담아 내 가슴을 적시는 큰 위안이 되었다.
가을이 왔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하지만 시간은 사람과 문화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문화권에 따라서 과거가 앞에 있다고 하고 미래가 뒤에 있다고 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앞이라 표현한다.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는 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영어권에서 시간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한다. 시계 방향이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방향이다. 좋은 시간은 느리게 가고 나쁜 시간은 빨리 갔으면 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느낀다.
당신에게 좋은 시간이 길게 가길 희망한다. 이 책은 나의 글과 상업적으로 어떤 연결이 없다. 난 이 책을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했고, 이 멋진 글과 일러스트레이에 반해서 책을 소장할까, 그리고 만약 나와 같은 정서를 가진 누군가가 떠오르면 선물로 전할지를 고려중이다.
글과 그림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이제 진짜 가을이 왔다.
2024년 10월의 첫날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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