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The Winds Blow.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서 고전적인 여신 비너스는 물 위에 떠 있는 조가비에서 나와 제피로스(서풍)가 부는 바람을 타고 해안에 상륙하고 있다.
보티첼리의 다른 작품 <라 프리마베라>(봄)는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기원하는 희망이 담겨져 있다.
그림의 오른쪽에 다산의 여신인 플로라에게 바람을 불어넣는 신이 서풍의 화신인 제피로스다.
유대인들은 <창세기>에서 신이 인간에게만 특별히 생명의 숨길을 불어 넣어 인간만이 신의 숨결을 지닌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고 했다. 고대 이스라엘인은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한 신의 숨결을 ‘루아흐’ ruach라고 불렀다. 루아흐는 ‘신의 숨결인 영혼’이자 ‘바람’이다
이사야서에 나타난 성령: 루아흐의 용례 연구를 중심으로The Holy Spirit in the Book of Isaiah: Focusing on the Use of Ruach
제피로스 신은 서풍 입김을 불어 들판의 식물들을 부활시킨다.
제피로스는 트라키아에 위치한 높은 산 동굴에 겨울 내내 숨어 지내다가, 봄이 되면 기지개를 펴고 나와 만물을 소생시킨다. 신화에 의하면 그는 무지개 신인 아이리스 Iris의 남편이다. 한때는 꽃의 신이 클로스리 Chloris를 납치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이 ‘열매’의 상징인 카르포스 Karpos다.
제피로스는 로마로 건너와 식물과 꽃을 다스리는 파보니우스 Favonis가 되었다. ‘호의’라는 의미를 지닌 favor가 이 어원에서 유래하였다.
‘서풍’을 의미하는 신비한 단어 ‘제피로스’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로 제피로스 Ζέφυρος 가 라틴어로 zephyrus 가 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제피로’zefiro 다.
제피로가 상업의 중심지인 베네치아 방언으로 제베로 zevero가 된 후, 오늘날 이탈리아어 zero, 프랑스어 zero, 그리고 영어의 zero가 되었다.
제피로스의 발음의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데, 과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제피로스’에 담긴 의미는 인류에게 처음으로 숫자를 선사한 아랍어를 참고해야 한다. 아랍어 ‘제로’는 ‘짜피라ṣafira ’ 혹은 ‘찌프르’ṣifr다. ‘찌프르’의 원래 ‘비움’이란 의미다.
제피로스는 과거의 자신을 온전히 살해하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기 위한, 신의 선물이다. '바람'은 스스로를 비워 새로운 탄생을 돕는 힘이다.
지금 바람이 불고 있다.
2024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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