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Haut-Brion 2017 샤토 오브리옹2017을 만난 미드나잇 인 서울 2024


샤토 오브리옹 2017, 미드 나잇 인 서울 2024
샤토 오브리옹 2017, 2024년 서울의 밤
샤토 오브리옹 2017을 만나다. 두 달에 한 번 만나는 와인 모임은 매번 특별한 기대감을 준다. 그중에 연말 이벤트는 언제나 더 설레는 자리다. 올해의 연말 이벤트는 샤토 오브리옹 2017 (Chateau Haut-Brion Rouge 2017)을 만나는 자리로 정해졌다. 보르도(Bordeaux) 5대 샤토 중에서도 가장 먼저 만나 보고 싶었던 와인이다. 그러나 2024년 12월 초, 갑작스럽게 선포된 비상 계엄으로 모임이 취소될 뻔했다. 다행히 상황이 안정되며 예정대로 만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더욱 특별한 서울의 밤이 되었다.
샤토 오브리옹
샤토 오브리옹은 1533년 장 드 폰탁(Jean de Pontac)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는 기록상 최초로 공식 문서에 이름이 등장한 보르도 와인으로, 와인 역사에 획을 그은 상징적인 와이너리다. 1660년대에는 탈레랑(Talleyrand) 가문의 소유였고, 나폴레옹 3세(Napoléon III)의 주도로 열린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보르도 5대 샤토로 선정되며 그 명성을 공고히 했다. 다른 샤토와 다르게 프랑스 보르도 지역 그라브(Graves) 남부에 위치한 페삭-레오냥(Pessac-Leognan)에 위치한다. 페삭-레오낭은 1987년에 독립적인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로 지정 되었다. 현재 샤토 오브리옹은 도멘 클라랑스 딜롱(Domaine Clarence Dillon)이 소유하고 있다. 클라랑스 딜롱(Clarence Dillon)은 1935년 샤토를 매입했으며, 그 조카 시모어 웰러(Seymour Weller)를 새로운 회사 소시에테 비니콜 드 라 지론드(Société Vinicole de la Gironde, 후일 도멘 클라랑스 딜롱) 회장으로 임명했다. 웰러는 50년 동안 샤토의 복구와 현대화를 이끌었다. 특히 샤토 오브리옹은 1958 빈티지부터 독특한 병 디자인을 도입해 와인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이후 웰러가 은퇴한 뒤에는 딜롱의 손녀인 조안 딜롱(Joan Dillon)이 샤토를 이어 받았으며, 현재는 프린스 로베르 드 룩셈부르(Robert of Luxembourg)가 운영을 맡고 있다.

와인을 만날 준비
와인을 구하기 위해 믿을 만한 리테일러와 상의했고, 상태가 좋은 병을 구매할 수 있었다. 글로벌 와인 서처(Wine-Searcher) 기준 샤토 오브리옹 2017의 단가는 약 900~1,200달러 선이다. 국내에서는 130만 원 내외로 구입 가능하며, 특별한 연말 모임에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나는 특별히 오브리옹을 위해 센소리 부르고뉴 스타일 글라스(Sensory Burgundy Style Glass)를 준비했다. 센소리 글라스는 와인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풍미를 최대한 이끌어내도록 설계된 유리로, 그 얇은 림과 독특한 볼의 형태가 와인의 섬세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와인은 글라스에 한 잔 정도 따르고 병 브리딩(breathing)을 통해 약 1시간 정도 숨을 쉬게 했다.
샤토 오브리옹 2017 시음기
샤토 오브리옹 2017은 아직 어린 와인이었지만, 짙은 퍼플 색과 우아하고 절제된 향이 인상적이었다. 제비꽃(violet), 잉크(ink), 피톤치드(forest scent) 같은 숲의 향, 허브(herb)와 검은 과일(black fruit), 보라빛 꽃향이 조화를 이루며 중상 바디감을 자랑했다. 부드러운 마우스필(mouthfeel)과 검붉은 과일, 신선한 민트(mint), 흑연(graphite), 감초(licorice)가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깔끔한 목넘김과 부드러운 탄닌(tannin), 긴 여운이 이어지며 와인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블렌딩 비율은 메를로(Merlot) 53%,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40.7%,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6.3%로 알콜은 14%로 완성되었다. 훈제 오리구이와의 페어링(pairing)도 훌륭했다. 이 와인은 10년 이내에 다시 시음하고 싶은 기억을 남겼다. 2017년 빈티지는 샤토 오브리옹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봄철 서리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름과 가을의 이상적인 기후 덕분에 고품질의 빈티지로 평가받는다. 이 빈티지는 특히 정교한 탄닌 구조와 깊이 있는 풍미로 찬사를 받았다.

도멘 클라랑스 딜롱
샤토 오브리옹은 토머스 제퍼슨 같은 미국 대통령들에게도 사랑받았으며, 그의 와인 컬렉션에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는 1970 빈티지가 4위를 차지했다. 1983년에는 도멘 클라랑스 딜롱이 라이벌 와이너리 샤토 라 미숑 오브리옹(Château La Mission Haut-Brion)을 인수하며 브랜드를 확장했다. 샤토 오브리옹은 2007년 빈티지부터 세컨드 와인 르 클라랑스 드 오브리옹(Le Clarence de Haut-Brion)을, 2009년 빈티지부터 화이트 와인 라 클라르테 드 오브리옹(La Clarté de Haut-Brion)을 새 이름으로 출시했다. 또 다른 명작인 샤토 오브리옹 블랑(Château Haut-Brion Blanc)은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화이트 와인은 세미용(Sémillon)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비율로 만들어지며, 특유의 복합성과 우아함으로 유명하다.

샤토 오브리옹의 혁신
샤토 오브리옹은 1958 빈티지 부터 오래된 디캔터 모델을 닮은 유니크한 병에 담아서 출시했다. 1960년대에는 샤토 오브리옹이 최초로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를 도입하며 혁신을 이끌었다. 1972년에는 INRA와 Chambre d'Agriculture와 협력하여 클론 선택 연구를 시작했다. 샤토 오브리옹에서는 각 헥타르당 10~15개의 다른 클론 선택이 포함되어 있다.
보르도의 2017년 봄, 서리 피해
보르도의 2017년은 어려운 해였다. 농부들이 서리 피해를 딛고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빈티지는 특별하다. 2019년에 보르도를 방문했을 때,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와인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다음 목표는 파리에 위치한 라 까브 두 샤토(La Cave du Château)를 방문하는 것이다. 라 까브 두 샤토는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샤토 오브리옹의 독특한 공간으로, 다양한 빈티지와 브랜드의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예술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주인공이 1920년대 달리(Dalí)와 만나는 장면에 오브리옹이 등장한다. 영화 속 장면처럼 이 와인은 시대를 초월한 매력이 담겨 있다. 기대감은 사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다. 기대에 부응하는 경험은 신뢰로 이어진다. 샤토 오브리옹 2017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은 예술가의 심장과 영리함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가 매력적인 젊은 예술가를 만난 기분을 선사했다. 무엇과 경쟁해도 흔들리지 않을 평온한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앞으로도 이 와인을 통해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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