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더블유 모먼츠 ] 혁신, 고객을 향하다.
CES 2023, 173개국 약 3,200개의 기업에서 12만 명 행사장 찾아,
기술혁신의 장에서 와인 산업의 혁신을 생각해 본다.
사막 위에 세워진 도박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꿈은 이제 전 세계 기업과 비즈니스 리더가 모이는 컨벤션 도시로 진화했다. 지난 3년간 코로나의 여파로 대면 미팅은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만났다. 기술의 발달이 가상의 물리적 공간을 제공했지만, 비즈니스를 위해 가까이 마주하고 눈빛을 바라보며 상대의 진심을 알아가는 수준까지는 아직 미약하다. 2023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소비자 기술 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가 주최하는 CES 2023이 성황리에 열렸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전 세계 173개국에서 약 3,200개의 기업과 조직이 참가했다. 12만 명의 참가자들이 라스베이거스 행사장을 찾았고 중역급 의사 결정권을 가진 참가자들이 전체의 56% 이상이었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6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혁신 국가의 면모를 자랑했다. CES 2023에서 제시된 코로나 이후 기술 혁신의 테마는 웹3.0과 메타버스,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 지속가능성, 인간안보 등 결국은 인류의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2023 CES의 첫 기조연설자는 존 디어(John Deere)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농기계 제조회사 “디어 앤 컴퍼니”의 CEO인 존 씨 메이(John C. May)였다. 유수의 글로벌 첨단 기업이 아닌 농기계 회사의 대표가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다는 것이 이례적이지만, 존 메이는 로봇 기반 비료 살포기 이그잭트샷 (ExactShot)을 선보였다. 아직 모든 분야에 활용할 순 없지만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한 이 장비로 비료 사용량을 60%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농업에도 로봇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활용한 혁신은 멈출 수 없는 방향이 되었다. 물론 미국 이외의 농업국에게 이 기계가 효율적이고 적합할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그리고 와인 산업은 이미 유기농으로 발전했기에 이런 기술적 변화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많은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변화는 비즈니스의 환경을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전환한다. 따라서 농업에서도 혁신이 가속화되고 새로운 기술과 방법이 발현되면 현재까지 최고인 방법은 언제든지 뒤처진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 연말 일반에게 공개된 챗지피티는 올해 CES 2023에서도 화제였다. 현재 아이폰 이후 가장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오픈 에이아이의 챗지피티 (ChatGPT, 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대화형 인공지능서비스)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신 인공지능 서비스다. 대화형 인공지능은 질문을 하거나 요청하면 답을 준다. 이 글을 쓰기 전 물었다. “인공지능이 확장된 시대에는 글 쓰는 사람들은 사라질 것인가?” 그 답으로, “작가나, 교수, 칼럼니스트들은 당분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복잡한 뉘앙스, 인간들의 감성 영역에 대해 인공지능은 아직 충분히 학습하지 못했다” 라고 답했다. 또한 “인간의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인공지능에는 부족한 요소”라 답했다. 다만, “현재 단순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 예를 들면 짧은 배너 광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리는 단편적인 컨텐츠 등은 인공지능이 훨씬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집행할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타당한 답변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되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이렇게 답한 것은 아닐까? 라는 찜찜한 여운이 남았다. 다시 질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와인 산업의 주체들은 이런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출장 마지막 날, 함께 고생한 팀과 파티를 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이 될 “혁신”이라는 와인을 만났다. 한국인으로 나파에서 한국적인 농법을 활용하고자 자신의 브랜드로 “혁신”을 선택한 세실 박(Cecil Park)이 생산한 비오니에를 마셨다. 세실 박과 친분이 있는 현지 파트너가 제공한 와인은 2주간의 장기 출장과 집을 떠나 지쳐 있던 마음에 위로를 주었다. 세련된 과일 향과 섬세한 유질 감은 타이 음식과의 페어링은 물론이고 나파 밸리 뜨거운 태양 아래 마련된 그늘에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 같은 뉘앙스와 균형미를 가지고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가 만든 와인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도전을 가능하게 할 이노바투스 (INNOVATUS) 브랜드를 런칭한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객의 입맛을 연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언급되어 있다. 물론 그의 고객은 한국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그는 고객에 대한 구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조만간 서울에서 시음회를 연다고 하니 직접 만나 묻고 싶다. 혁신의 지향점과 누구를 위한 혁신을 만들고자 하는지 우리나라 와인 산업에 도움 되는 생각을 얻을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이를 계기로 와인 산업의 혁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와인 산업의 혁신은 1) 와인의 생산, 2) 유통 마케팅에 새롭고 개선된 방법, 공정,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새로운 품종의 개발, 와인 제조 기술, 포장 디자인을 포함한다. 또한 데이터 분석, 전자 상거래 플랫폼, 소셜 미디어 마케팅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사용은 와인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고 다양한 소비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및 구독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독특하고 개인화된 와인 경험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혁신은 와인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관련성을 유지하며 지속 성장에 중요하다. 즉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성장하는 근간이다.
기술의 발전과 혁신, 인공지능 등의 등장으로 자칫 와인 산업의 주체들은 시대의 변화에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규 고객 확보의 어려움, 신규 경쟁자의 등장, 기존 고객의 취향 변화, 경제 상황의 변화 등 다양한 장애물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산업의 지향점은 단순히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임이 분명하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CES에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 역시 시장에 즉시 내놓을 수 있는 완제품을 일부 포함하지만, 미래를 만들기 위한 가능성을 선보이는 것에 주력한다. 새로운 운송 도구에서부터 인간의 질병에 대처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솔루션등의 원대한 과제를 위해 개선하고 시도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지향하는 고객 즉 인류를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다가온 변화인 인공지능 역시 결국 인간이 창조한 결과물을 통해서 학습하며 성장하고 있다. 물론 그 성장의 속도와 방향성에 두려움과 위기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사라질 직업군은 고사하고 인간의 안전을 위해 인간을 통제할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혼란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미약하고 힘없는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임에도 이 지구의 지배자로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과는 다른 인간만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진보는 와인처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만들어 아름다운 결과물을 탄생시킨다. 우리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 인간이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유인즉슨 우리가 만드는 가치를 알아보고 사랑해 줄 사람들, 고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되 흔들리지 말자. 한 걸음 더 고객을 향하자.
202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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